유성호『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죽음도 삶이다.

유성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1세기북스, 2019
차례
-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
- 2부 우리는 왜 죽는가
-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1부에서는 법의학자로서의 경험과 통찰을, 2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그 의의에 대해 다루며, 3부에서는 언젠가 맞이할 죽음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법의학에 대하여
법의학이란 “법률의 시행에 관련된 의학적·과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의학 분야”(p.43)로, 영어로는 포렌식 메디슨forensic medicine이라고 한다. 광장(포럼forum)에서 열리는 재판에 과학자가 도움을 주었던 데서 유래해, 포렌식이라는 말은 현재 넓은 의미에서 과학적 수사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죽음의 터부시
7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죽음을 맞고 장례를 치르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예전에는 임종이 가까워지면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현재는 거의 모든 사람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병원을 찾는다. 여기에는 죽음을 일상의 영역에서 떼어놓으며 타자화하려는 태도가 깔려있는데, 유상호 교수는 죽음을 금기시하기보다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긍정하기
기술이 발달하며 인간의 수명이 ‘영생’에 가까워질수록, 죽음은 운명보다 실패라는 의미에 가까워진다. 저자는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인용하며 지네틱스, 나노 테크놀로지, 로보틱스의 발달을 통해 언젠가 인류가 ‘영생’에 도달할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영생이란 환영에 기대기보다는 죽음을 인정하고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이 삶을 더 온전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죽음을 ‘생존 실패’로 여기기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마무리로 보는 관점을 가지면 연명치료 중단, 안락사(혹은 자비사) 등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물론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서가명강 시리즈의 제1권인 이 책은 그야말로 강연을 듣는 것과 비슷한 독서 경험을 준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러 사건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해 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삼단논법을 배울 때 대전제는 늘 ‘모든 사람은 죽는다’였던 기억이 난다. 이 문장에 반박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사람도 자신이 운이 좋거나 특별해서 죽음을 겪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시황이 불멸의 방법을 찾아 헤매고 이병철 회장이 종교계 지도자들에게 신과 인간에 관해 묻던 것도 각자 죽음을 대비하는 방식일 뿐이다. 모두 당연히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음 한편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의식적으로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피하려 한다. 그러다 막상 죽음을 눈앞에 마주하고 나면, 그게 언제가 됐든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죽음을 예감하는 법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나는 막연한 예감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기보다는 불길함을 부정하는 데 급급했다. 죽음을 그저 떠올리기도 싫은 가능성이 아니라, 다가올 현실로 생각하고 충분히 받아들였다면 지난 시간에 후회가 덜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