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성수 그라운드시소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끄적고구마 2023. 3. 19. 15:10

성수 그라운드 시소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관람일 2023.03.19.


많은 사진에 사람이 등장했다.
고래와 교감하듯 헤엄치는 사람은 마치 동화의 주인공 같아 보였다.
그러나 나탈리는 그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이건 나탈리 사진전이니까.
장면의 주인공이 되는 대신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로써 사진을  보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시야를 공유하게 하는 것.
사진전은 그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시야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사진에서 고래와 인간의 동화를 읽어내다가 문득 그걸 깨닫고서, 나는 좀 더 사진전을 좋아하게 되었다.

인간은 육지에 사는 동물이다.
그런 인간이 온힘을 다해 바다로 뛰어든다.
육지동물은 숨을 쉴 수 없는 세계로.
독일어에서 'ins kalte wasser gesprungen(찬물에 뛰어들다)'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한다.
차가운 바다에 던져진 뜨거운 체온, 곧 흩어져 사라질 공기방울, 숨을 쉬기 위해선 다시 올라가야 할 길로 더 멀리 뻗어가려는 인간의 몸.

더 이상 내가 지속되지 않을 세계로 몸을 던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건 아마도 만남을 위해.
위험하고 새로운 세계에서만 닿을 수 있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숨이 다하기 전까지 열렬히 사랑하는 것만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