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동궁-세자의 하루〉
출연: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객원
주요 제작진
연출: 서재형
작가: 한아름
작곡: 황호준
무대디자인: 이태섭
안무: 안덕기
의상디자인: 김미정
영상디자인: 김장연
조안무: 최나리, 전수현
주요배역 및 출연자
- 효명(주연): 박진희(정악단/정가)
- 도창(주연): 천주미(민속악단/가야금병창)
- 정조(조연): 정인구(민속악단/연희)
- 내시(조연): 나현철(민속악단/연희)
- 궁녀(조연): 채수현, 김세윤(민속악단/경기민요), 이하경(무용단)
- 국립국악원 무용단(무용), 창작악단(연주), 객원(방창, 움직임)
(출처: 춤웹진)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1777&board_name=d_news
'궁중무용극'이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무용에 대해 깨끗하게 무지한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조금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맨 처음 처용탈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도창이 노래를 시작하자 곧 이게 궁중무용'극'으로 서사를 바탕에 두고 꾸려진 공연이라는 사실을 상기했고, 몇 해 전에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매우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도 났다. 새삼 '창극'이나 '무용극' 같은 공연이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동시에 요구하는 요즘 콘텐츠에 참 적합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을 보면서도 '현대적인 콘텐츠'라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이 '궁중무용극'이 스펙터클, 노랫가락,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적절하게 잘 융합해 극을 끌고 나갔기 때문이다. <동궁-세자의 하루>는 여러 종류의 궁중무용을 그저 병렬하듯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효명세자의 성정, 군주로서의 고민, 그리고 예악에 대한 애정과 뜻을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해 노래와 무용과 함께 전개해나갔다. 여러 무용의 종류만 소개하듯 꾸려졌다면, 처음 걱정했듯 무용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만큼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효명세자의 탄생' - 장수를 기원하며 학의 탈을 쓰고 추는 춤 '학무', '효명세자는 자연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 나비의 움직임을 표현한 '박접무', '역병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모습에 슬퍼하는 효명세자' - 역신을 물리치기 위한 '처용무' 이런 식으로 진행되니까 각 무용의 움직임과 의미도 더 잘 이해되었다.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대의상의 아름다움이다. 미술적 감각이 별로 없는 내게도 정말 아름다워보였다. 나비의 움직임을 담은 '박접무'를 추던 무용수들은 마치 나비의 날개 같은 넓고 화려한 무늬의 소매를 지니고 있었고, 선녀들이 공을 던지고 내기를 하는 놀이를 표현한 '포구락' 무용의 의상은 부드럽고 선명한 빛깔의 분홍색이었다. 분홍색 한복이 발끝까지 가리고 있었는데,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부드러워서 꼭 롤러스케이트를 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살짝 진심으로 의심했는데, 당연히(?) 아니었다.)
네이버TV 스크린샷: '박접무'의 나비 의상
극중에서 효명세자를 일컫는 말로 '정조대왕이 다시 난 듯'했다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극중 효명세자 역시 정조대왕을 자신의 뿌리라고 일컫는데, 정조대왕의 손자인 효명세자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긴 했으나 문학, 예술에 조예가 깊었으며 매우 총명했다고 한다. 또한 극중에서도 어머니의 생신 연회를 위해 '춘앵무'(봄날 꾀꼬리가 노니는 모습을 담은 춤)를 만들었다고 했듯, 실제로 여러 궁중 무용을 창작하며 궁중 무용의 역사에 큰 업적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효명세자는 예악을 중시한 이유는 극중에서 어려운 글이 아니라 쉬운 노래와 춤으로 백성들을 즐겁게 하며 그들이 도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포부로 언급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대규모의 궁중 연회를 거행하는 데 주력한 까닭은 효심의 발로와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세자는 유교의 근본인 예악(禮樂)을 중시하는 덕망 있는 군주의 존재를 널리 알려 세도정치를 억제하고 왕실의 위엄을 회복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효명세자 [孝明世子] - 대리청정을 통해 왕권을 회복하려 했던 비운의 세자 (인물한국사, 김범, 장선환)
나는 특히 마지막에 효명세자가 '멋스러움'과 '완벽'의 차이에 대해 논하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멋스러움은 조언과 첨언이 가능하지만, 완벽은 그것이 아니면 다 틀렸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자신의 부족함까지 후손들에게 멋으로 남겨 후손들로 하여금 조언과 첨언을 곁들여 무용의 멋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 공연이 왜 효명세자의 하루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는지, 그리고 이 공연을 제작하신 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것을 준비했을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20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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