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일시 2021년 4월 29일(목) 오전 11시
지휘 김광현
협연 박유신, 김영욱
연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해설 박유신
친구 덕분에 클래식 연주회를 가보았다. 이런 클래식 콘서트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가기 전에 몇 번 연주가 예정된 곡을 들어보긴 했지만 귀에 익지는 않은 애매한 상태로 들으러 갔다. 전날 늦게 자고 일어나는 바람에 혹시나 듣다가 졸까봐 커피를 마시고 들어갔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마티네콘서트 1 <Brahms Festa> 연주곡 목록
1. 브람스 대학축전 서곡
2. 브람스 이중 협주곡
3.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
무대에서 처음 관객들을 맞이해주신 분은 박유신 첼리스트님이셨다. 마이크를 드는 게 익숙하지 않아 너무 긴장되신다면서 이번 연주회 테마인 '브람스'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주셨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어렸을 때부터 생계를 돕기 위해 피아노를 쳤다고 한다. 브람스가 어렸을 때 이미 슈만과 클라라는 유명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였는데, 브람스는 그들에게 자신의 곡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는 거절당했다지만, 훗날 브람스는 슈만과 클라라 부부와 각별한 친분을 쌓게 되고, 슈만 때문에 힘들어하는 클라라 곁에 있다가 클라라를 사랑하게 되어버린다고... 이들의 삼각관계(?)는 음악계에 널리 알려진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첫번째 곡, 브람스 대학축전 서곡은 말 그대로 대학에 헌정된 곡이라고 한다. 두번째 곡은 첼로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 흔치 않은데, 그 중 널리 사랑받는 곡이고, 세번째 교향곡은 브람스가 20년이 걸려 작곡한 것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연주회가 끝나고 남은 짤막한 단상들:
1
가장 먼저 눈여겨 봤던 건 역시 지휘자의 움직임이었다. 수많은 악기가 각자의 악보에 따라 소리를 내면서도 지휘자와 소통하면서 음악을 만드는데, 그 소통방식이 온전한 '보디랭귀지'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 자리에 서서 그 자신의 몸으로만 (특히 두 팔로) 음악의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고 조율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 궁금했다. 이중 협주곡을 연주할 때 무대 앞쪽에 자리잡은 첼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도 지휘자를 틈틈이 바라보는 게, 모든 연주자가 지휘자를 축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문외한인 내 상상으로는 지휘자는 여러 선율의 기준이 되는, 메트로눔 같은 참조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렇다면 지휘자의 움직임은 마치 음악의 흐름을 표현하는 행위예술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들.
2
집에서 그냥 핸드폰으로 들어봤을 때랑 눈 앞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경험은 엄청나게 달랐다. 신기할 정도로 달라서 놀랐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
클래식 연주가 엄청난 협업이란 걸 느꼈다. 나는 클래식이 귀에 잘 익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음악이 변하거나 이어지는 타이밍이 묘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는데, 그냥 앨범으로 들을 때는 애매하게 느껴졌던 그 타이밍을 무대 위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맞춰나가는 걸 보니까 좀 짜릿했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번갈아 소리를 낼 때는, 두 악기가 '대화하는 것 같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이해가 됐다. 첼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눈 맞추고 미소 지으면서 서로 확인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악기를 연주할 때는 그 자체에 완전 몰두하는, 곡을 연주하는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귀에 들리는 섬세한 음악이 연주자의 움직임에 맞춰 나는 소리인 걸, 그냥 앨범으로 들을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무대를 보고 있자니 너무 실감나서 덩달아 조금 긴장했던 거 같다.
3
객석에 앉아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연주가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나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악장 사이에 박수 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거 같은데?
클래식 공연에서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라고 한다. 이날 이중 협주곡의 1, 2, 3악장 사이에는 모두 박수 소리가 났다. 1악장은 웅장하게 끝나서 박수가 나오는 게 사실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1악장이 끝나고 박수 소리가 났고 연주자분들은 악기를 조율하신 뒤 신호를 보내고 2악장이 시작되었다. 2악장은 잔잔히 끝났다. 조금 더 작은 박수 소리가 났는데 이번에는 박수가 그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3악장이 시작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공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고, 지휘자와 연주자 분들께 죄송했다.
연주자가 입장하고 퇴장할때 아낌없는 박수를… - 의학신문 (bosa.co.kr)
옛날에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위 기사에서 악장 사이 박수가 금기시되던 때의 이야기로 '바그너'를 든 것을 보면, 적어도 19세기 이전에는 클래식 공연 문화가 지금과 달랐던 듯하다. 브람스가 좀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쳤던 스스로를 조금 더 합리화해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브람스도 19세기 사람이라... 어떤 공연 문화를 선호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동시대 문화에 맞게 조심히 행동해야지...
'공연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정동극장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0) | 2021.07.14 |
---|---|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피에르와 나타샤를 중심으로 (홍광호, 정은지, 이충주) (0) | 2021.05.17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0) | 2021.05.10 |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 기념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 (0) | 2021.05.08 |
[온라인 공연] 국립국악원 <동궁-세자의 하루>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