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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8

이윤하『호랑이가 눈뜰 때』가상 캐스팅 세빈 역: 이연 "호랑이가 명예롭게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황 호랑이 부족의 세빈. 호랑이의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어릴 적부터 전사로서의 훈련을 받아온 막내 호랑이령. 호랑이로 변신할 수 있다. 환 삼촌처럼 함선의 선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우주군의 생도가 되는, 패기와 열정 가득한 주인공. 주인공 나이가 워낙 어려서 가상 캐스팅으로 누굴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연 배우님을 떠올렸다. 이연 배우님은 세빈의 설정과는 나이 차이가 조금 나지만, 워낙 동안이신데다가 연기력도 뛰어나시고 다양한 캐릭터를 폭넓게 소화하셔서 꼽게 되었다.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논바이너리 호랑이 캐릭터도 찰떡같이 소화하실 것 같다. (살짝 호랑이상) 민 역: 박지후 "너는 반역자일 뿐이야, 세빈." 멸.. 2023. 6. 18.
이윤하『호랑이가 눈뜰 때』 -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판타지 이윤하 지음, 송경아 번역, 『호랑이가 눈뜰 때』, 창비, 2023 최근 한국계 외국 작가들이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들이 눈에 띄는 것 같다. 그 중 이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익숙한 소재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엮여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초반부는 생각보다 잘 안 읽혔다. 낯선 세계관과 호랑이령의 독특한 감각이 섞인 서술, 번역체 문장 때문에. 그런데 생각해보면 해리포터 초반부를 읽을 때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본집의 1/3을 넘길 때부터는 나 같은 도파민 중독자도 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영웅서사에서 주인공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주황 세빈'은 열세살의 가장 어린 호랑이로서 .. 2023. 6. 11.
박소영『스노볼』가상캐스팅: 김다미, 이다희, 전여빈, 권나라, 차은우, 김도완 1. 전초밤/고해리/배새린/명소명/신시내/조여수 역: 김다미 전초밤의 얼굴은 곧 고해리 얼굴이고, 명소명, 신시내, 배새린, 조여수의 얼굴이다. 총명하고 용감한 초밤과 총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굳센 성격의 소명, 염세적이면서도 넉살 좋은 시내, 욕심이 많고 치밀한 새린,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사랑스러운 액터 고해리 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는 김다미 배우님이 떠올랐다. 열여섯의 앳된 인물들의 감정적 동요부터 각기 다른 성격적 특징까지 풍부한 표정과 스타일링으로 소화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초밤 - “행복에 겨워 죽음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나요?” 『스노볼1』, 161 소명 - “내가 왜 고해리로 살아요, 난 명소명인데.” 『스노볼1』, 352 시내 -“뭐, 처음부터 .. 2021. 12. 29.
박소영『스노볼』- 평화로운 디스토피아에서 권리를 되찾기까지 박소영, 『스노볼』, 『스노볼2』, 창비, 2021 시각적이고 짧은 문체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누군가 이 소설을 읽어보려 한다면 눈이 펑펑 오는 겨울날, 단숨에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영화가 떠오른다. 이나 , 가끔은 도. 모든 문장은 현재형이고, 충실한 시각적 묘사를 따라 장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래서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층에 맞서는 용감한 주인공을 따라가는 이 여정은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났다. (스포 주의) 재미있었던 것은 소설 속에서 과거의 역사가 된 현대문명이 ‘전쟁 문명’이라고 불리고 있단 점이었다. 현대를 사는 나로서는 동시대를 지칭하기 위해 ‘현대’ 외에는 다른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미래 시점.. 2021. 12. 29.
천선란『나인』 가상 캐스팅: 이주영, 김보라, 공명, 정유미, 장동윤 유나인 역: 이주영 나인은 계속 갈등하고 흔들리면서도 곧고 강한 인물이다. 솔직하게 부딪혀보는 곧은 성격이면서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갈등하는 나인의 감정과 신념을 표현해줄 얼굴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주영 배우님이었다. "차라리 피곤하게 살래. 답답하게 사는 건 진짜 못 견디겠어." (p.157) 신미래 역: 김보라 미래는 굉장히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하다. 날카로우면서 외롭고 불안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맑고 단단한 것 같아 왠지 유리 같다고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미래 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은 김보라 배우님. 왠지 ‘미래’라는 이름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행복은 살아가는 도중에 느끼는 잠깐의 맛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사람은 미래다. 단맛, 쓴맛, 떫은맛, 매운맛, 신.. 2021. 11. 19.
천선란『나인』- 점이지대를 지키는 식물의 기억 천선란, 『나인』, 창비, 2021 (가제본) (스포주의) 식물과 관련된 판타지 소설이라고만 알고 읽기 시작해서 이런 내용일 줄 몰랐다. 아주 낯선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꽤 익숙한 이야기였다. 새벽에 방에서 혼자 읽어나가다가 누군가의 죽음과 살인과 끔찍한 죄책감이 묘사되길래 섬찟해졌다. 이런 내용일 줄 몰랐다는 건 이런 말이었다. 황홀한 새파란 빛으로 물드는 열일곱 아이들의 판타지 소설에 너무나 익숙한 죽음, 은폐, 잔인함, 고통이 있어서. 알고는 있지만 너무 자주 잊는다. 예쁘고 꿈 같은 일과 참담하고 슬픈 일이 일어나는 세계는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다가 집안에 들어온 벌레를 한 마리 잡느라 진을 다 뺐는데,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여기 앉아있으니 꼭 이 책에 기를 쪽 빨린 느낌.. 2021. 11. 12.
장류진『일의 기쁨과 슬픔』- 다들 이렇게 사나 봐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 2019 목차 1. 잘 살겠습니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 2021. 6. 25.
박솔뫼『우리의 사람들』- 선택되지 않은 것들을 셈하는 방식 박솔뫼,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책의 내용이 굽이돌아가는 모퉁이마다 가능한, 아니 실제로 그렇게 썼을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또 한권의 책이 무(無) 속으로 버려지고 만 것이다. (중략) 그런데 작가가 글을 써나가면서 하나씩 지워버린 그 책들, 문학의 연옥 속으로 던져버린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그 책들-그리하여 글이 되어 햇빛을 받으며 태어나지는 못하고 만 그 책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셈에 넣어 고려해야 한다. 그 책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의미를 완전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비평가에게는 유산되고 만 그 책들도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 쥘리앙 그라크 ​ ​ 텍스트와 텍스트 삶은 텍스트다. 적어도 이 소설집의 서술자에게 삶이란 분명 그런 것처럼 보인다. 살.. 2021.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