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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비평3

정세랑『지구에서 한아뿐』- 우리의 동행을 여행으로 만드는 것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난다, 2019 ※ 스포 주의 ※ ​ ​ ​ ​​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라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217 ​ ​ 가끔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이 있는데, 혹시 다음에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 책을 추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 진짜, 술술 잘 읽힌다.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린 나 같은 사람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정말, 정말 사랑스럽다.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라라” 계속되는 사랑이라고, “우주가 그들을 디자인했다”(216)고 믿는 게, 너무 달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평소 흔히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신선하고 달콤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와 인간 사회는 .. 2021. 5. 8.
박솔뫼『우리의 사람들』- 선택되지 않은 것들을 셈하는 방식 박솔뫼,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책의 내용이 굽이돌아가는 모퉁이마다 가능한, 아니 실제로 그렇게 썼을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또 한권의 책이 무(無) 속으로 버려지고 만 것이다. (중략) 그런데 작가가 글을 써나가면서 하나씩 지워버린 그 책들, 문학의 연옥 속으로 던져버린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그 책들-그리하여 글이 되어 햇빛을 받으며 태어나지는 못하고 만 그 책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셈에 넣어 고려해야 한다. 그 책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의미를 완전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비평가에게는 유산되고 만 그 책들도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 쥘리앙 그라크 ​ ​ 텍스트와 텍스트 삶은 텍스트다. 적어도 이 소설집의 서술자에게 삶이란 분명 그런 것처럼 보인다. 살.. 2021. 5. 8.
백수린「흑설탕 캔디」- 빨간 망토 할머니의 흑설탕 캔디 백수린, 「흑설탕 캔디」,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2020 빨간 망토 할머니의 흑설탕 캔디 - 백수린, 「흑설탕 캔디」(2020) 할머니, 파리에 가다 백육십 센티미터의 키에 사십구 킬로그램 내외의 체중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가지런한 백발의 단발머리를 고수하던 나의 할머니. 할머니가 동년배의 다른 할머니들과 다르다는 점은 어린 시절 나를 늘 우쭐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일본어에 매우 능숙했고, 계란말이와 계란찜을 일본식으로 달짝지근하게 만들었으며, 를 영어로 부를 줄 알았다. (176)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 연주에 능숙하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는 가지런한 백단발의 할머니. 다른 자매들과 달리 부모를 설득해 대학에 진학하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 여자”(175쪽)이란 소리를 듣지만,.. 2021.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