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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될 테니

by 끄적고구마 2021. 6. 17.

2021.05.27 에무시네마 1인가구영상토크쇼

1부 두번째 영화 - 최진영 감독 <태어나길 잘했어>

 

최진영, <태어나길 잘했어>(2020)

 

 

가장 약하고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삼십 대의 춘희는 번개를 맞고 기절한 어느 날부터 십 대의 춘희를 보기 시작한다. 춘희 앞에 나타난 춘희는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고 외삼촌 집에 살며 눈치를 보던 춘희다. 일어설 수도 없는 다락방에서 살고, 가족 외식에 끼지 못해 라면을 먹고, 다한증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구박을 받다가 스스로 축축한 손을 불구덩이에 집어넣던 그 시절의.

 

아버지에게 맞았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말을 더듬는 주황은 그때의 자신을 만난다면 뭐라고 하고 싶냐는 춘희의 말에 그냥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때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리번 선생님 같은 사람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어른 춘희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려는 어린 춘희의 손을 붙잡는다. 그러고는 춘희를 꼭 안아준다.

 

네 잘못이 아냐.
우리 잘못이 아냐.

 

오랜 시간 자기혐오에 시달려온 춘희가 비로소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하며 자신을 보듬을 수 있게 된 이 순간은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헬렌 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고, <벌새>의 은희에게 영지 선생님이 있었듯, 모든 어린 사람들은 자신을 아끼는 법을 알려줄 존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춘희와 주황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스스로 그런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혼자서 꿋꿋하게 잘 자라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보듬을 줄 아는 어른이 된 게 멋지고 그 단단함을 응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혼자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던 어린 춘희와 주황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처음엔 인정 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럼 나는 왜 살아남은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살아가는 것 같아요. 세상 어딘가엔 제 삶의 이유와 쓸모도 있겠죠?

 

 

 

[서울독립영화제] '스스로가 싫어진다면' - <태어나길 잘했어> 최진영 감독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서울독립영화제] '스스로가 싫어진다면' - <태어나길 잘했어> 최진영 감독

[BY 서울독립영화제]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탓하는 일이 익숙하다. 춘희 역시 그랬다. 자신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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